
솔직히 처음에는 하기 싫었습니다. 친구들이 루마섬 하자고 했을 때, 동물의 숲 비슷한 거 아닐까 싶어서 별 기대를 안 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나니 생각보다 빠져드는 요소가 많았고, 결국 엔딩까지 40시간을 채웠습니다. 루마섬이 어떤 사람에게 맞고 어떤 사람에게 안 맞는지, 제 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직업 시스템, 생각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루마섬의 핵심은 직업 시스템입니다. 요리사, 음료제조사, 조선공, 보물 사냥꾼, 고석 세공사 등 다양한 직업이 있고, 하나의 캐릭터로 모든 직업을 올릴 수는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크래프팅 트리(Crafting Tree)입니다. 크래프팅 트리란 특정 제작물을 만들기 위해 선행 조건으로 배워야 하는 기술들의 연결 구조를 말하는데, 루마섬에서는 궁합이 맞지 않는 직업을 함께 키우면 이 트리가 기하급수적으로 복잡해집니다. 저도 처음에 혼자 다 올려보려다가 중반부에 진행이 막혀서 친구들에게 SOS를 친 적이 있습니다.
멀티플레이로 역할 분담을 하면 이 구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한 명이 탐험과 전투 쪽 직업을 맡고, 다른 한 명이 제작과 건축을 담당하면 각자의 스킬 레벨업 속도도 빨라지고 진행도 훨씬 수월해집니다. 스타듀밸리가 혼자 느긋하게 즐기는 게임이라면, 루마섬은 친구와 같이 할 때 진가를 발휘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루마섬의 직업별 특징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보물 사냥꾼, 고석 세공사: 탐험과 자원 수집 중심, 전투와 연계
- 요리사, 음료제조사: 소모성 아이템 제작, 팀 지원 역할
- 조선공: 건축물과 이동 수단 제작, 후반 콘텐츠 핵심
멀티플레이로 즐기면 달라지는 것들
루마섬이 멀티플레이 게임이라는 점은 알고 시작했는데, 협동 방식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강제될 줄은 몰랐습니다. 게임 내 인벤토리가 무제한이고 스태미너나 수면 시스템이 없다는 점은 처음에는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스태미너 시스템이란 행동 횟수를 제한하는 피로도 개념으로, 스타듀밸리처럼 하루에 할 수 있는 작업량이 정해지는 구조를 말합니다. 루마섬에는 이게 없으니 시간 제약 없이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처음에는 허전했는데, 오히려 친구들과 오래 붙어서 작업하다 보니 장점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멀티플레이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특정 상황에서 호스트를 제외한 모든 플레이어 화면이 검정색으로 변하는 버그가 있는데, 시간이 지나도 복구가 안 돼서 재접속을 해야 합니다. 제가 직접 겪었는데, 한창 진행 중에 이게 터지면 꽤 맥이 빠집니다. 빠른 패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협동 게임의 몰입도를 연구한 자료를 보면, 역할 분담이 명확할수록 플레이어 간 상호작용의 질이 높아지고 게임 지속 시간도 길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루마섬은 직업 구조 자체가 이 역할 분담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이 점에서는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쿼터뷰(Quarter View) 방식의 그래픽도 멀티플레이 환경에서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쿼터뷰란 카메라를 비스듬히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넓은 맵을 한눈에 파악하기 좋고 여러 플레이어가 동시에 화면 안에 들어오기 쉬운 구도입니다. 덕분에 친구들이 어디서 뭘 하는지 대략 파악하면서 각자 움직이기가 편했습니다.
편의성 부족, 이건 알고 시작하세요
루마섬을 플레이하면서 가장 자주 불편했던 건 편의 기능의 빈틈이었습니다. 미니맵이 없어서 넓은 지형에서 길을 잃기 쉽고, NPC의 이름이 화면에 표시되지 않아 말을 걸어보려면 일일이 클릭해서 확인해야 합니다. 아이템을 옮길 때 수량을 숫자로 직접 입력할 수 없다는 것도 자잘하지만 자주 걸리는 불편함입니다. 저는 중반부 들어서야 몇 가지 단축 기능을 발견했는데, 튜토리얼에서 전혀 안 알려줬던 것들이었습니다. 알았으면 초반부터 훨씬 편하게 했을 텐데 싶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콘텐츠 밀도가 떨어지는 것도 체감됩니다. 메가 구조물(Mega Structure)을 완성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가 특히 그렇습니다. 메가 구조물이란 게임 후반부 핵심 건축 목표로, 대량의 자원을 소모해 완성하는 초대형 건물을 말합니다. 문제는 희귀 자원이 필요한 게 아니라 단순히 수량이 많아서, 결국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노가다로 전락한다는 점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설계보다 반복 작업이 훨씬 많아서 후반부에는 흥미가 확 떨어졌습니다.
도구 내구도(Durability)가 없다는 점은 분명 장점입니다. 내구도란 아이템을 사용할수록 성능이 저하되어 수리나 교체가 필요한 시스템을 말하는데, 루마섬에는 이게 없어서 도구 관리에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습니다. 덕분에 오롯이 탐험과 제작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인디 게임 분야에서 편의성 설계는 플레이어 유지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출처: 한국게임학회). 루마섬은 이 부분에서 잘한 것과 못한 것이 섞여 있는 게임입니다.
결국 루마섬은 친구와 함께 할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혼자 하면 중반부터 직업 레벨업이 벅차게 느껴질 수 있고, 후반 노가다도 혼자 감당하기엔 좀 지칩니다. 멀티플레이로 역할을 나누고 각자 맡은 걸 채워가는 과정이 루마섬이 진짜 재미있는 방식입니다. 편의 기능이 아직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출시 이후에도 맵과 직업이 무료 업데이트로 추가되고 있어 앞으로 개선될 여지가 충분합니다. 지금 당장 시작해도 초반 30시간은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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