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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리뷰

보더랜드 3 리뷰 (파밍, 스킬트리, 빌런)

by 게임하는돼지(g-pig) 2026.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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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더랜드 2를 수백 시간 달렸던 사람이라면 3 출시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대충 알 것입니다. 저도 똑같았습니다. 기대와 함께 6만 4천 9백원이라는 가격표를 보고 잠깐 멈칫했지만, 결국 "그때 그 감동이 다시 오겠지"라는 믿음 하나로 구매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리고 10시간을 내리 달렸습니다.

파밍 시스템과 루팅슈터의 완성도

보더랜드 3는 루팅슈터(Looter Shooter) 장르의 교과서라고 불러도 될 만큼 아이템 파밍 시스템을 정교하게 다듬었습니다. 루팅슈터란 전투를 반복하면서 더 강한 장비를 획득하고, 그 장비로 더 강한 적을 상대하는 순환 구조를 핵심으로 삼는 장르입니다. 보더랜드 시리즈가 이 구조를 대중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가 직접 플레이해보니 무기 다양성은 전작을 확실히 뛰어넘었습니다. 개발사 측에서 공언한 10억 개 이상의 무기 조합이 단순한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각 무기 제조사마다 고유한 특성이 붙는데, 예를 들어 하이페리온 제조사 무기는 조준 시 에너지 쉴드가 전개되는 방어 옵션이 추가되고, 코브 제조사 무기는 탄창 제한이 없는 대신 과열 관리가 필요한 구조입니다. 여기서 에너지 쉴드란 피격 데미지를 먼저 흡수해주는 보호막으로, 체력이 깎이기 전에 먼저 소진되는 일종의 예비 체력 개념입니다.

아이템 비교 UI(User Interface)도 꽤 잘 만들어졌습니다. UI란 플레이어가 게임 내 정보를 확인하고 조작하는 화면 구성 전반을 말하는데, 보더랜드 3는 현재 장착 중인 무기와 새로 주운 무기의 스탯을 한 화면에서 직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아이템 파밍을 자주 하다 보면 이 비교 화면을 수백 번 들여다보게 되는데, 불편함 없이 빠르게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은 솔직히 칭찬할 만합니다.

다만 문제가 생기는 건 엔드게임 콘텐츠(Endgame Content)에 접어들면서부터입니다. 엔드게임 콘텐츠란 메인 스토리를 클리어한 이후에도 계속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된 고난이도 반복 콘텐츠를 뜻합니다. 보스 레이드를 반복해서 특정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을 노리는 방식인데, 처음 몇 번은 짜릿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드랍률이 체감상 너무 낮아서 "이건 게임인가 노동인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실제로 느꼈던 감정입니다. 즐거움이 아니라 의무감으로 보스를 잡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 잠깐 컨트롤러를 내려놓았습니다.

편의성 측면에서는 캐치어라이드(Catch-A-Ride) 시스템이 이동 스트레스를 상당 부분 해결해줍니다. 맵 곳곳에 배치된 차량 소환 스테이션에서 적군 차량을 그대로 스캔해 소환하는 방식인데, 차량 업그레이드를 위해 부품을 모을 필요 없이 더 강한 차를 빼앗아 오면 그만입니다. 제가 처음 이 시스템을 발견했을 때 "이게 되네?" 하고 실소가 나왔습니다.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무기 제조사별 고유 특성으로 파밍 목표가 다양하게 분산됨
    • 아이템 비교 UI가 직관적이어서 교체 판단이 빠름
    • 캐치어라이드 시스템으로 이동 편의성 확보
    • 엔드게임 반복 파밍은 드랍률 문제로 피로도가 급격히 상승함

스킬트리 설계와 빌런의 실망

스킬트리(Skill Tree) 설계는 보더랜드 3에서 가장 기대했던 요소였고, 결과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스킬트리란 캐릭터가 레벨업할 때 소모하는 스킬포인트를 어느 방향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플레이 스타일이 달라지도록 설계된 성장 시스템입니다. 각 캐릭터는 3개의 트리로 나뉘어 있고, 어떤 방향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탱커형이 될 수도 있고 딜러형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트레일러에서 보여준 화려한 액션 스킬들을 실제 게임에서는 한두 개만 골라 써야 한다는 점입니다. 저도 처음 FL4K 캐릭터로 거미와 비스트 여러 마리를 동시에 소환하는 장면을 보고 흥분해서 바로 그 방향으로 스킬포인트를 찍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전투에서 나오는 건 한 마리가 전부였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의 실망이었습니다.

초기화 비용이 저렴하고 횟수 제한이 없다는 점은 유연하게 설계를 바꿀 수 있어서 좋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고르는 재미"가 전제돼야 초기화 자유도가 의미를 갖는 법입니다. 선택지가 많아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유효한 빌드가 한두 가지로 수렴되는 구조라면, 다양성은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스토리 면에서는 이번 작의 메인 빌런인 칼립소 쌍둥이가 큰 화제를 낳았는데, 아쉽게도 좋은 의미에서는 아닙니다. 전작의 핸섬 잭은 자신만의 논리와 카리스마를 갖춘 캐릭터였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증오하면서도 흥미를 놓지 못했습니다. 반면 칼립소 쌍둥이는 인플루언서 컨셉의 무개성 악당이라는 평가가 많고, 제가 직접 플레이해봐도 긴장감보다는 피로감을 주는 장면이 더 많았습니다.

커뮤니티에서도 꾸준히 지적되는 부분이 NPC 대사 강제 청취 구간입니다. 전투가 끊기고 NPC가 대사를 다 말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구간이 반복되는데, 빠른 전투 템포를 즐기는 입장에서는 확실히 몰입을 깎아먹습니다. 게임 연구 측면에서도 플레이어의 에이전시(Agency), 즉 자신이 게임 흐름을 주도한다는 느낌이 중단될 때 몰입도가 급격히 하락한다는 점이 여러 게임 UX 분석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됩니다(출처: Game Developers Conference).

한편 한국어 풀 더빙은 진심으로 잘 만들었습니다. 제가 보더랜드 시리즈를 접하면서 한국어 더빙이 이렇게 게임의 분위기를 살릴 수 있다는 걸 처음 실감했습니다. 대사 하나하나가 게임의 혼돈스러운 세계관과 맞물려서 몰입감을 높여주는데, 이건 현지화(Localization) 수준이 단순 번역을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현지화란 언어 번역을 넘어 해당 지역 문화와 감성에 맞게 콘텐츠를 재해석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게임 산업에서 현지화 품질이 플레이어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며,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서도 게임 현지화가 국내 이용자 유입에 직결되는 요소로 꾸준히 언급됩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보더랜드 3는 슈팅과 파밍의 재미만큼은 시리즈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더랜드 2부터 이 시리즈를 좋아해 온 사람으로서, 3에서도 그 감각이 살아있다는 걸 분명히 느꼈습니다. 다만 엔드게임으로 갈수록 파밍이 재미가 아닌 노동처럼 느껴지고, 스토리와 빌런의 완성도는 전작에 비해 한 발 물러섰다는 점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전작의 추억을 갖고 입문하시는 분이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게임이지만, 처음부터 스토리에 기대를 많이 거시는 분이라면 기대치를 약간 낮추고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KjwGEIiSR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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