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엔 진짜 오래 할 수 있는 게임이었으면 좋겠다." 저도 그 마음으로 이카루스를 시작했습니다. 테라포밍에 실패한 외계 행성, 일용직 탐사원이라는 설정까지 꽤 그럴듯해 보였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플레이해보니 기대와는 상당히 다른 경험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파밍 시스템, 중독성이냐 고역이냐
처음 이카루스에 접속하면 탐사 착지 지점을 직접 고를 수 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사람답게 배산임수를 따라 산속 강가로 내려갔습니다. 나름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뒤로 시작된 노가다성 파밍은 예상을 훨씬 웃돌았습니다.
이카루스는 다른 생존게임과 달리 산소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여기서 산소 시스템이란, 플레이어가 행성 대기 중 독성 가스를 견디기 위해 별도의 산소 공급원을 확보해야 하는 생존 메커니즘을 말합니다. 음식과 물을 챙기는 것은 기본이고, 산소를 보충할 수 있는 광석까지 캐야 한다는 뜻입니다. 처음에는 이 구조가 꽤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문제는 돌 하나를 캐려 해도 일일이 조준을 맞춰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방식은 리소스 노드(Resource Node) 방식과 다릅니다. 리소스 노드란 특정 지점을 클릭하면 자동으로 자원이 채집되는 구조를 말하는데, 이카루스는 그런 편의 기능 없이 돌 하나하나에 직접 에임을 맞춰야 합니다. 캐다 보면 꼭 늑대가 두 마리 이상 몰려오는 타이밍이 겹쳐서 꽤 당황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폭풍 시스템도 존재하는데, 폭풍이 오면 반드시 지붕이 있는 건물 안으로 피신해야 합니다. 재미있는 건, 벽이 없어도 천장만 있으면 폭풍 피해를 완전히 막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구현이지만, 그냥 웃고 넘기게 되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초기화 시스템, 진짜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부분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카루스에서 가장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은 단연 월드 초기화 시스템이었습니다. 미션을 마치고 우주 정거장으로 귀환하는 순간, 그동안 지은 집과 채집한 자원, 올려둔 장비가 전부 사라집니다.
이 구조를 두고 의견이 갈립니다. "어차피 미션 기반 게임이니 초기화가 당연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논리에 쉽게 동의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생존게임에서 테크트리를 탄다는 것, 즉 자원을 모아 장비와 기지를 단계적으로 업그레이드해 나가는 것은 장르의 핵심 재미입니다. 여기서 테크트리란 플레이어가 낮은 단계의 기술에서 점차 상위 기술로 발전해 나가는 기술 연구 트리 구조를 말합니다. 이 테크트리가 미션 종료와 함께 전부 무효가 된다면, 그 시간 동안의 발전이 다음 플레이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셈입니다.
더 아쉬운 부분은 이 설정을 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는 점입니다. 행성이 초기화되는 명확한 서사적 근거가 있거나, 탐사 체류 기간을 플레이어가 직접 선택할 수 있거나, 촉박한 제한시간 안에 외계 자원을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 긴장감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것입니다. 실제로 이카루스의 스팀(Steam) 페이지에는 체류 기간 선택, 영구 거주, 풍부한 외계 생명체 등의 요소가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39시간을 플레이하는 동안 외계 생명체라고 할 만한 것은 외계 지렁이 두 종류가 전부였습니다.
이카루스가 걸어가야 했던 방향으로 가장 가까운 사례는 딥 락 갤럭틱(Deep Rock Galactic)이라고 생각합니다. 딥 락 갤럭틱은 팀 단위로 행성에 내려가 제한된 시간 안에 자원을 채굴하고 귀환하는 구조로, 매 미션마다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플레이어 성장이 다음 플레이에 이어지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솔로 플레이와 멀티플레이, 균형이 맞는가
이카루스를 솔로로 즐기는 분들도 있고, 친구들과 함께 협동 플레이를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는 친구들과 함께 플레이했는데, 역할을 나눠서 기술 포인트를 투자하면서 진행한 경험은 꽤 재미있었습니다. 기술 포인트란 플레이어가 게임 내 특정 행동을 통해 획득하고, 원하는 기술 분야에 투자해 역할을 특화시키는 성장 시스템을 말합니다. 한 명은 광질, 한 명은 건축, 한 명은 농사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협업이 가능했고, 이 부분은 이카루스가 분명 잘 설계한 요소입니다.
그런데 멀티플레이를 하려면 직접 인원을 구해야 합니다. 온라인 매칭 시스템이나 공식 서버 매칭 기능이 없어서, 모르는 플레이어와 빠르게 팀을 꾸리기가 어렵습니다. 게임 내 소셜 기능이 부재한 상태에서 협동을 강조하는 설계는 솔직히 이율배반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멀티플레이어 친화 정책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플레이어 수가 늘어날수록 보스 몬스터의 HP(체력)가 그에 맞춰 증가하는 스케일링(Scaling) 구조가 적용됩니다. 스케일링이란 플레이어 수나 레벨에 따라 적의 스탯이 자동으로 조정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문제는 솔로 플레이 시 이 스케일링이 완화되지 않아, 혼자서 맵 전체를 뒤져야 하는 미션에서 7~8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게임 디자인 측면에서 솔로 플레이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고민이 느껴지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이카루스가 보완해야 할 핵심 문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미션 종료 후 진행 내용이 전부 초기화되어 발전의 동기가 사라짐
- 온라인 매칭 시스템 부재로 멀티플레이 진입 장벽이 높음
- 솔로 플레이와 멀티플레이 난이도 균형 조정 미흡
- 외계 행성이라는 설정에 비해 외계 생명체 콘텐츠가 극히 부족함
그래도 끝까지 한 이유, 가능성은 있었다
솔직히 중간에 게임을 손에서 놓은 시간이 분명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다시 접속해 보면 또 몇 시간이 지나 있었습니다. 광질을 나가던 중 동물을 길들일 수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고, 그 동물에 마차를 연결하면 대량의 광석을 실어 나를 수 있다는 사실도 뒤에야 파악했습니다. 정보를 하나씩 발견하면서 "아, 이런 게 있었구나" 하는 순간이 의외로 여러 번 있었습니다.
게임 산업 전반을 보면, 오픈월드 생존 장르의 플레이어 이탈 원인 중 하나로 반복 콘텐츠와 성장 보상의 불명확성이 꾸준히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카루스 역시 스팀 기준 복합적 평가를 받고 있으며, 업데이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추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카루스는 분명 잠재력이 있는 게임입니다. 외계 행성 생존이라는 설정은 아직도 제대로 활용되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다만 지금 상태로는, 진지하게 테크트리를 타고 세계를 쌓아가고 싶은 플레이어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가볍게 미션 한두 개를 즐기는 용도로 더 잘 맞는 게임으로 보입니다. 협동 플레이 상대가 있다면 한번쯤 시도해볼 만한 가치는 있습니다. 단, 혼자서 장시간 몰입하려는 분이라면 기대치를 조금 낮추고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장점: 외계 행성이라는 독특한 배경과 긴장감 있는 시간 제한 미션, 그리고 협동 플레이의 재미가 돋보입니다.
단점: 자원 파밍이 지나치게 반복적이고, 최적화 문제로 쾌적한 플레이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종합: 잠재력은 크지만 자유도와 몰입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해 장기적인 흥미 유지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저라면 친구들이있다면 무조건추천드립니다 DLC도 많이나오고있으니 킬링타임으로 되게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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