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설 컴퍼니는 출시 직후 Steam 플랫폼에서 동시 접속자 수가 수십만 명을 돌파하며 인디 게임 역사상 손꼽히는 흥행을 기록한 작품입니다. 저는 처음 친구들한테 하자는 말을 들었을 때 반신반의했습니다. 무료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래픽이 화려하지도 않은 게임이 왜 이렇게 난리인가 싶었거든요.
게임성: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릅니다
리설 컴퍼니는 구조 자체는 단순합니다. 회사가 정해 준 할당량(쿼터)을 채우기 위해 위험한 행성에 착륙해 고철이나 장비를 수거하고 귀환하는 루프를 반복합니다. 여기서 쿼터란 회사가 플레이어에게 기한 내 달성을 요구하는 수집 목표량을 뜻하며, 이걸 채우지 못하면 게임 내에서 해고, 즉 게임 오버가 됩니다.
문제는 이 단순한 구조 안에 굉장히 공들여 설계된 리스크 요소들이 숨어 있다는 겁니다. 제가 직접 해봤는데, 처음엔 영화 큐브처럼 방을 돌아다니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두컴컴한 복도를 헤매다가 다리가 놓인 방이 나오는데, 점프 타이밍을 조금만 잘못 잡아도 바로 낙사하는 시스템이라 당황스러웠습니다. 조작감이 의도적으로 약간 미끄럽게 설계되어 있어서, 달리다가 멈추면 관성에 의해 조금 더 밀리는 느낌이 납니다. 처음엔 버그인 줄 알았는데 이게 의도된 불편함이더라고요.
게임의 몰입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는 프록시미티 보이스챗(proximity voice chat)입니다. 프록시미티 보이스챗이란 캐릭터 사이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목소리가 작아지거나 아예 차단되는 음성 통신 방식을 말합니다. 조금만 떨어져도 말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팀원과 같이 움직이지 않으면 순식간에 고립됩니다. 제 경험상 이건 그냥 연출이 아니라 실제로 심리적 압박을 만들어 내는 장치였습니다.
몹 디자인도 이 게임의 핵심 재미 요소 중 하나입니다. 적들의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쳐다봐야 물러나는 적 (시선 메커니즘)
- 소리를 듣고 달려오는 적 (사운드 어그로 방식)
- 아군으로 변장해 접근하는 적 (모방형 적)
- 위에서 낙하해 시야를 차단하는 적
- 필드에 거미줄을 깔아 이동을 방해하는 적
몹마다 기믹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지식이 없으면 처음 마주치는 순간 거의 무조건 죽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단순한 공포 게임인 줄 알았는데 몹 하나하나에 대한 학습이 필요한, 일종의 정보 수집형 게임이더라고요.
인디 게임 연구자들은 이처럼 플레이어가 실패를 통해 지식을 축적하고 이후 플레이에 활용하는 구조를 "정보 비대칭 기반 학습 루프"라고 설명합니다. 리설 컴퍼니는 이 구조를 멀티플레이 환경에 결합해, 팀원 간 정보 공유 자체가 협력의 핵심이 되도록 설계했습니다
협동플레이와 반복성: 친구가 없으면 반쪽짜리입니다
일반적으로 멀티플레이 게임은 인원이 모이면 자동으로 재밌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네 명이 모이면 가위바위보도 재밌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리설 컴퍼니는 그냥 머릿수가 많다고 재밌어지는 게임이 아닙니다. 제가 직접 혼자 솔로 플레이를 해봤는데, 솔직히 말하면 무서워서 오래 못 했습니다. 정보 제한이 극단적인 데다 혼자 대응하기엔 몹의 기믹이 너무 가혹합니다.
반면 네 명이 모여서 했을 때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됩니다. 누군가 몹에게 잡혀 끌려가는 걸 보면서 나머지가 패닉 상태로 뛰어다니다가 또 죽고, 그 상황에서 웃음이 터지는 순간이 이 게임의 진짜 매력입니다. 분위기는 분명 어두운데, 실제 진행은 희극에 가깝습니다. 무거운 설정과 밝은 분위기 사이의 갭(gap)이 이 게임의 핵심 정체성이라고 봅니다.
그래픽도 이 갭을 의도적으로 강화하는 장치입니다. 리설 컴퍼니는 이른바 로우폴리(low-poly) 스타일을 채택했습니다. 로우폴리란 폴리곤 수를 최소화한 단순하고 투박한 3D 그래픽 방식을 말하며, 여기에 굵은 윤곽선과 16비트풍 색감을 섞어 놓아 공포적인 장면이 나와도 심리적 거부감이 크지 않습니다. 덕분에 죽어도 "아 아깝다" 정도로 끝나고 다시 웃으면서 재도전하게 됩니다. 제 경험상 이 그래픽 선택이 없었다면 게임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져서 오래 하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단점도 분명합니다. 게임의 핵심 루프인 파밍(farming), 즉 자원을 수집해 귀환하는 반복 행동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패턴이 읽히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파밍이란 게임 내에서 아이템이나 자원을 반복적으로 수집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저도 솔직히 어느 순간부터 지겨운 느낌이 왔습니다. 맵 종류와 몹 구성이 제한적이다 보니 신선한 상황이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앞서 해보기, 즉 얼리 액세스(Early Access) 단계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콘텐츠 볼륨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타당합니다. 얼리 액세스란 개발이 완전히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저에게 먼저 출시해 피드백을 받는 방식을 말합니다.
실제로 Steam 플랫폼 리뷰 데이터를 보면 긍정 평가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부정 리뷰의 상당수가 반복성과 콘텐츠 부족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이후 업데이트로 얼마나 채워나가느냐가 게임의 수명을 결정할 것 같습니다.
리설 컴퍼니는 재밌는 상황이 저절로 만들어지도록 구조를 치밀하게 짜 놓은 게임입니다. 그 구조가 작동하는 동안은 정말 재밌고, 한두 번 웃겼던 기억 때문에 또 들어가게 됩니다. 다만 장시간 플레이를 생각한다면 반복성 문제는 분명히 염두에 두는 게 좋습니다. 친구 서너 명을 모을 수 있다면, 지금 당장 해볼 만한 게임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ctSQNfR3gNM
장점: 독특한 협동 공포 경험과 긴장감 있는 탐험으로 친구들과 함께하면 몰입도가 크게 높아진다.
단점: 반복적인 루프와 제한된 콘텐츠, 최적화 문제로 장기적인 재미가 떨어질 수 있다.
종합: 커뮤니티 피드백과 업데이트가 이어진다면 잠재적으로 장기 명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최소사양이 너무 높네요 친구가있어야한다니 저같은사람에겐 너무나 어려운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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