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엔 그냥 화려하게 두드리는 게임이겠거니 생각했는데, 막상 플레이해보니 그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전투가 단순한 기술 과시가 아니라 하나의 드라마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스타일리시 액션이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액션 게임이라고 하면 강한 스킬을 눌러 적을 쓸어버리는 방식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데빌 메이 크라이 5는 그 방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적을 얼마나 빠르게 잡느냐보다 얼마나 다채롭게 상대하느냐가 점수를 결정합니다.
이 게임의 핵심은 스타일 랭크(Style Rank) 시스템입니다. 스타일 랭크란 전투 중 플레이어가 얼마나 다양하고 연속적인 액션을 구사했는지를 실시간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으로, 화면 왼쪽에 D에서 SSS까지의 등급으로 표시됩니다. 같은 공격을 반복하거나 적에게 한 대라도 맞으면 랭크가 즉시 하락합니다. 처음에 D 등급이 뜨는 걸 보고 민망함을 넘어서 오기가 생겼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알파벳 하나에 이렇게까지 집착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스타일리시 액션은 단순히 "화려하다"는 수사가 아닙니다. 플레이어가 실제로 손으로 만들어내야 하는 결과물입니다. 막는 동작도 그냥 막는 게 아니라 타이밍에 맞춰 튕겨내는 저스트 가드(Just Guard) 방식이고, 공격도 지상과 공중, 근거리와 원거리를 섞어야 의미 있는 콤보로 인정받습니다. 저스트 가드란 적의 공격이 닿는 정확한 순간에 방어 입력을 해야만 성공하는 고난도 방어 기술입니다. 게임 내에서 이 조작들을 전부 소화하다 보면 패드가 격투 게임 커맨드 입력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옵니다.
콤보 시스템과 캐릭터별 플레이어블 구조
세 캐릭터의 구성 방식이 흥미롭습니다. 네로, 단테, V는 단순히 외형만 다른 게 아니라 게임을 풀어나가는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네로는 익시드(Exceed) 시스템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익시드란 적의 공격을 맞는 순간 혹은 특정 타이밍에 트리거를 당겨 검에 불꽃 에너지를 충전하는 메커니즘으로, 충전 단계에 따라 기술의 위력과 연출이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그냥 공격하기 바빠서 신경을 못 썼는데, 익시드를 제대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콤보의 밀도가 완전히 달라지는 걸 느꼈습니다. 반면 V는 직접 싸우지 않고 악마 소환체인 그리폰, 쉐도우, 나이트메어를 지휘해 전투를 운영합니다. 소환사 계열이라 처음엔 쉬울 것 같았는데, 세 소환체를 동시에 컨트롤하면서 V 본인도 안전하게 이동시켜야 하는 구조가 생각보다 까다로웠습니다.
단테는 전작들의 무기와 스타일이 집약된 캐릭터입니다. 건슬링거, 스워드마스터, 트릭스터, 로얄 가드 등 네 가지 전투 스타일을 실시간으로 전환하면서 플레이합니다. 여기서 스타일 전환이란 전투 방식을 캐릭터가 즉석에서 바꾸는 것으로, 한 번의 버튼으로 방어형에서 공격형으로, 이동 위주에서 화력 위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이 유연함이 단테의 핵심인데, 제가 직접 써봤는데 처음에는 스타일 전환 자체가 너무 많아서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전투 흐름이 훨씬 넓어집니다.
캐릭터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네로: 익시드 시스템 중심, 기계 의수 데빌 브레이커로 다양한 원거리·근거리 조합 가능
- V: 악마 소환체 3종 지휘, 근접전 불가 구조로 포지션 관리가 핵심
- 단테: 4가지 전투 스타일과 복수의 무기를 자유롭게 혼용, 가장 높은 표현 폭
캐릭터 서사와 스토리의 온도
스타일리시 액션 게임에 깊은 스토리를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 말이 완전히 틀리지는 않습니다. 데빌 메이 크라이 5의 스토리는 10시간 내외의 플레이 중 굵직한 반전이 있는 서사 구조는 아닙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스토리가 단순하다고 해서 감정이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
네로가 자신의 악마 팔이 뽑히는 장면에서 느끼는 분노와 무력감, 단테가 모든 상황을 이미 다 아는 것처럼 여유롭게 행동하지만 그 뒤에 얼마나 무거운 것을 지고 있는지, V가 조용히 시를 읽으며 보여주는 쓸쓸함까지. 각 캐릭터의 컷신 대사 한 줄 한 줄이 전투 사이에 끼워져 있는 방식이 생각보다 효과적이었습니다. 게임 연구자들이 언급하는 루도내러티브 일관성(Ludonarrative Coherence)의 측면에서, 즉 게임플레이와 서사가 서로 모순 없이 맞물리는 구조라는 점에서 데빌 메이 크라이 5는 나름의 정합성을 가집니다. 각 캐릭터의 전투 방식이 그 캐릭터의 성격과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회차 반복 구조에서 스토리의 한계는 드러납니다. 2회차부터는 이미 모든 결말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동일한 스테이지에서 동일한 캐릭터만 플레이해야 합니다. 스테이지별로 캐릭터가 고정되어 있어서, 원하는 캐릭터로 원하는 보스를 다시 잡는 선택지가 없습니다. 이 부분은 저도 솔직히 아쉬웠습니다. 보스 러시 모드나 캐릭터 자유 선택 같은 장치가 있었다면 회차 반복의 동기 부여가 훨씬 강해졌을 텐데 말입니다.
반복 플레이의 가치와 한계
게임 플레이타임은 1회차 기준 10~12시간 수준으로 짧은 편입니다. 그런데 이 게임을 한 번만 하고 끝내기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면 해금 알림이 줄줄이 뜨기 시작합니다. 더 높은 난이도, 새로운 스킬 트리, 추가 콘텐츠. 대놓고 2회차를 유도하는 구조입니다.
디지털 게임 연구 분야에서는 이런 구조를 코어 루프(Core Loop)의 강화라고 부릅니다. 코어 루프란 플레이어가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핵심 행동 사이클을 말하는데, 데빌 메이 크라이 5는 "전투 → 랭크 평가 → 아쉬움 → 재도전"이라는 사이클을 굉장히 잘 설계해두었습니다. 게임 사용자 경험 연구에서도 도전-숙달-보상 구조가 플레이어의 재참여율을 높이는 데 효과적임이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 반복 구조가 모든 플레이어에게 통하지는 않습니다. 1회차 완주 후 새로운 스토리 없이 같은 맵을 다시 도는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플레이타임 대비 가격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이 점은 구매 전에 솔직히 고려해야 할 부분입니다. 캡콤 공식 사이트에 게재된 데빌 메이 크라이 5의 게임 소개에 따르면 이 작품은 반복 플레이와 숙련도 향상을 핵심 설계 철학으로 삼은 작품입니다
제가 직접 플레이해본 결론은 이렇습니다. 스타일리시 액션이라는 장르의 정점을 보고 싶다면, 그리고 손으로 직접 콤보를 쌓아올리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면, 이 게임은 분명히 그 기대를 충족시켜 줍니다. 단, 가볍게 한 번 훑고 끝내려는 목적이라면 기대치 조정이 필요합니다.
데빌 메이 크라이 5는 분명히 취향을 타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그 취향이 맞는 분들에게는 이보다 만족스러운 액션 게임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콤보를 완성했을 때의 손맛, 캐릭터들이 뱉는 대사의 온도, 그리고 SSS 랭크를 처음 받았을 때의 성취감은 꽤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한 번쯤 직접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UTcy4DvzjYw
- 장점: 화려한 액션과 콤보 시스템, 각 캐릭터의 개성이 드라마처럼 어우러져 몰입감을 준다.
- 단점: 높은 난이도와 반복되는 전투 구조로 인해 일부 플레이어에게 피로감과 좌절감을 줄 수 있다.
- 종합: 스타일리시 액션과 인간적인 서사가 결합된 작품으로, 단순한 게임을 넘어 감정과 성장을 체험하게 하는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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